🖋 팀 프로젝트가 나에게 남긴 것

우아한테크코스에서는 매 레벨마다 글쓰기 미션이 주어진다. 이 글은 레벨3 '팀 프로젝트가 나에게 남긴 것' 주제의 글쓰기 미션에 제출한 글이다. (원본)

새로운 기술 도입은 설득력 있는 근거와 함께!

어쩌다 보니 팀에서 배포 관련 태스크를 제가 제일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손쉽게 원하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Jenkins와 Nginx을 모두 도커를 사용하여 설치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다음 스프린트에서는 파랑과 리버가 배포 관련 태스크를 이어서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파랑과 리버는 도커 사용에 많은 불편함을 겪었다고 해요. 도커를 사용하지 않고 설치했다면 더 편하게 설정할 수 있는데, 도커를 사용해서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는 것이죠. 그리고 파랑과 리버는 제게 도커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질문을 듣고 말문이 막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지금 우리팀에게 도커가 필요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죠. 도커는 서버를 여러 대 운영할 때 빛을 발하지만 달록팀은 현재 서버를 여러 대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그냥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보고 싶어서, 또는 멋져 보이고 싶어서 도커를 도입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기술은 기존에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해결할 문제가 없음에도 이유 없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팀의 학습 비용만 증가시킬 수 있죠. 실제로 파랑과 리버는 Nginx에 SSL을 붙이는 과정에서 도커 때문에 많은 이슈에 부딪혔다고 해요. 저의 근거 없는 기술 도입에 불편을 겪고, 시간을 허비한 팀원에게 미안해졌습니다.

이후 Nginx 서버와 Jenkins 서버 둘 다 도커를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은 그 기술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실제로 팀에서 겪고 있을 때 도입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된 에피소드였습니다.

내 단점과 마주하기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고집이 센 사람이라는 것을. 동의되지 않는 내용을 들었을 때, 상대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런데…’ 라며 제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점은 제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그리고 뒤늦게 제 이야기하던 도중에 ‘상대방의 의견이 더 좋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 번쯤 여유를 갖고 상대방의 의견에 좀 더 집중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이번 팀 프로젝트에서는 원래 알고 있던 제 단점을 고치기 위해 의식적인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내 의견을 이야기하기 전에 상대방의 의견을 한 번 더 생각해보기, 내 의견을 말하기 전에 상대방의 의견도 충분히 좋은 의견임을 의식적으로 먼저 이야기하기,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되면 내 의견에 대해 방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수용하고 칭찬하기, 토론 중에도 의식적으로 미소 짓기 등등…

자신의 단점을 마주하고, 고치는 과정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아직 제 단점을 완벽하게 극복했는지 확신이 서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 단점을 똑바로 마주 보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한 것만으로 커다란 성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편안한 팀이 불편한 이야기도 더 잘한다

회의에서 계속 만장일치가 나온다는 것은 팀원 간 사이가 너무 좋다는 뜻이 아닙니다. 팀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적색신호입니다. 계속되는 만장일치는 팀원 대다수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거나, 자신의 의견을 편하게 말할 수 없는 팀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라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칫 반대 의견은 서로 간의 신뢰가 쌓여있지 않은 경우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달록팀은 프로젝트 초반부터 좋은 팀 문화를 만드는 것에 많은 시간을 쏟았어요. 특히, 서로의 의견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주된 목표였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는 사람대 사람 간의 신뢰가 형성되어 있어야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달록팀은 나름대로 깊은 친밀감을 쌓는 데 성공한 것 같아요. 깊은 친밀감으로 서로 간의 신뢰가 구축되었습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서로 편안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그에 반대되는 의견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문화가 자칫 구색 갖추기에서 끝날 수 있는 감정회고도 진실되게 진행할 수 있게 해준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비가 온 뒤 땅이 더 단단하게 굳듯, 서로가 느낀 불편함을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문화 속에서 달록팀은 좀 더 끈끈해질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사람이다’라는 이야기는 사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마음 깊이 느끼게 된 것은 달록팀에서 처음이었습니다. 좋은 코드와 설계는 우선 서로를 신뢰하는 좋은 팀이 있어야 비로소 만들어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진정한 의미의 함께 자라기

지금껏 경험한 팀 프로젝트에서는 팀원의 열정의 농도가 제각각이었습니다. 같은 팀 프로젝트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잘 해내고 싶은 팀 프로젝트였다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냥 해야 하니까 참여하는 팀 프로젝트였죠. 이런 열정의 불균형은 끝끝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소수가 프로젝트를 이끌고 마무리하는 모양새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우테코에서는 달랐습니다. 서로의 열정은 팀원들에게 더 큰 열정의 불씨가 되고, 그 불씨가 또 서로에게 옮겨붙어 커다란 캠프파이어를 만들었습니다.

‘함께 자라기’는 우아한테크코스의 교육 철학을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달록팀은 구성원 모두가 팀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고, 고민합니다. 서로의 생각을 숨기지 않고, 활발한 토론을 통해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이 배운 내용을 정리해 세미나의 형태로 팀원들에게 공유합니다.

이런 선순환 속에서 저는 진정한 의미의 함께 자라기를 경험했습니다. 개인의 성장이 곧 팀의 성장이고, 팀의 성장이 곧 개인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여러 경험, 깨달음, 성장은 달록팀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표현은 많이 하지 못했지만, 팀 프로젝트를 하면서 우리 팀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참 많이 느꼈습니다. 팀 프로젝트를 하며 이렇게 감사함을 많이 느낀 것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런 부족함이 많은 저와 프로젝트를 함께한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할 매트, 리버, 파랑, 티거, 나인에게 감사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